[기고] 왜 인문학이 필요할까
인문학은 찬밥신세다. 인문학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경향도 강해서 청년들은 고시에 전념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고 살아간다. 철학과 같은 인문학은 싸구려 골동품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인문학을 경시하면 사회가 외모는 번듯하더라도 내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인문학을 경시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부작용은 멍청한 인간이 더 멍청해진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은 인간은 멍청하다고 규정한다. 인간에게 동물 같다고 하면 펄쩍 뛰지만 사실 인간은 동물들보다 더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존재란 것이다. 그는 인간들이 개방된 마을들을 성이라는 이름으로 폐쇄적으로 만들고, 농기구가 아닌 무기들을 만들면서 자랑스러워하고,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일으키는 멍청한 존재들이라고 일갈한다. 그런데 갈수록 더 무서운 무기를 만들고 지구를 오염시키는 등 멍청한 짓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되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공부는 뒷전에 두어서라고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인문학을 경시하면 멍청한 짓을 하면서도 자신이 멍청하다는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파충류·포유류·영장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 존재에 대해 고찰을 하지 않으면 영장류의 뇌는 퇴행하고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만 발달한 짐승 같은 자들이 생겨난다. 두 번째 문제는 무책임한 개인들이 설치는 집단주의의 발생이다.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사건의 총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잔인하게 생겼거나 특이한 사람일 줄 알았던 아이히만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가 자신은 학살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악의 평범성을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히만을 비롯한 전범들은 왜 파괴적인 명령에 복종한 것일까? 밀그램이란 심리학자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행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윗사람에게 전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정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이성과 양심을 가진 사람도 마치 생각이 없는 부품 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인데,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세 번째 문제는 사회가 그레셤의 법칙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집단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 “군중은 사유하지 않으며 어떤 사상이든 단숨에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고, 이의와 반론을 견디지 못하는 한편 암시에 쉽게 조종당한다. 그래서 군중은 맹목적 복종과 독선, 과격함에 빠지기 쉽다.” 히틀러 같은 독재자에게 충성을 바친 독일 군중의 심리를 잘 표현했는데, 이런 집단심리는 2차 대전시 독일군에게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훈련을 경시하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나라가 극단적으로 좌우로 갈라져 중도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바로 이런 집단심리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목소리 큰 자, 선동적인 자, 충동적으로 공격적인 자들이 판을 치며 생각할 줄 아는 이들이 침묵을 지켜야 하는 현상이 생긴다. 지식인과 지성인은 다르다. 지식인은 로봇과 유사해서 명령에 따라 기술적인 실행만 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문학을 경시하면 사회에는 지식기술자들이 많아진다. 그래서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집착하는 인간들이 생기고,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 야바위꾼들이 독버섯처럼 생기는 것이다. 인문학이 힘을 잃으면 지성인들이 사라지고, 지성인들이 사라지면 독재자들이 국민을 세뇌하고 노예화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진다. 그런 일이 현재 미얀마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일까?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기고 인문학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아돌프 아이히만 맹목적 복종과